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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철 한국내부통제연구원 자문위원, 병원의 내부통제 중요성에 대해 언론 기고
등록일 : 2026-09-18 조회수 : 14

동시수술은 최대 두 곳까지 가능하다는 병원 지침. 외국 의료인 연수생의 의료행위에는 지도전문의 등의 입회가 필요하다는 정부 고시. 두 기준을 하나의 수술 일정에 적용할 때, 누가 어느 수술실에서 감독할지 확인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연수 프로그램을 병원에서 처음 도입할 때 해당 고시와 내부 규정의 충돌 소지와 위험성은 누가 평가하는가.


올해 6월 한 대학병원에서 외국 의료인 연수생이 지도전문의 입회 없이 단독으로 수술했다는 의혹과 경찰 수사가 보도됐다. 병원은 동시수술을 최대 두 곳까지 허용하는 내부 지침이 있으며, 수사에 협조하고 관련 규정을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임상적 판단으로 CT가 필요하다고 소속 병원에 제안했지만, 병원은 오히려 엑스레이 장비를 들여왔다고 했다. 진료 물품도 여러 부서에 필요성을 거듭 설명해야 구비할 수 있었다며 공공병원 의료인의 고충을 토로했다. 해당 보도만 봐서는 구매 결정의 적정성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임상적 필요가 구매와 예산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는지는 되짚어볼 문제다.

지역·필수·공공의료 의사의 박탈감에는 전문성을 존중받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담겨 있다. 인력과 장비를 결정할 때는 목소리가 작은데, 진료 결과 앞에서의 책임만 무겁다면 병원의 부속품처럼 느끼기 쉽다. 위험을 알려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경험은 개선 의지를 꺾는다. 그때 해결되지 않은 위험은 다음 환자에게 남는다.

응급의료에서는 판단의 부담이 더 크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외과 의사가 신생아를 수술한 뒤, 수술 방법과 재수술 시기 등의 과실로 병원 측에 약 10억원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고 보도된 사건이 있다. 이와 별개의 또 다른 사건에서는 응급환자 미수용에 대한 행정처분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온다. 법적 쟁점은 다르지만 의사는 환자를 받을 때의 위험과 받지 못할 때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장기판의 ‘외통수’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위반 여부와 함께 지킬 수 있는 조건이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필요한 인력이 있었는지, 업무가 과도하게 몰렸는지, 서로 충돌하는 요구를 누가 조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직이 해결하지 않은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만 정리하면 같은 위험은 반복된다.

병원 내부통제는 법률·규제와 실제 진료 사이의 괴리를 병원 조직의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한다.

의사가 알린 위험이 병원의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때 내부통제의 가치가 드러난다. 경영진이 필요한 자원을 뒷받침하고, 진료·간호·행정·QI·감사·법무가 각자의 권한과 역할에 맞게 책임을 나누며 환자안전을 지키는 운영체계여야 한다.

내부통제라는 말에 의료진이 또 하나의 감사와 서류 부담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미 다수의 평가와 보고를 감당하는 현장에 절차만 보태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수술과 연수 운영이라면 진료부서가 수술별 감독 인력을 정하고, 연수 담당 부서는 승인 범위와 환자 동의 요건을 공유해야 한다. 법무·행정은 내부 지침과 외부 규제의 적용 관계를 확인하고, 병원은 이를 수술 일정과 인력 배치에 반영해야 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담당 의사가 뒤늦게 수습하도록 둘 것이 아니라, 일정과 참여 범위를 조정할 권한과 책임자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

장비 도입 요청에는 가격과 함께 검사·치료가 지연될 위험을 검토하고, 도입이 어렵다면 대체 검사와 의뢰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응급환자 수용에서는 빈 병상뿐 아니라 수술·마취·중환자 진료의 실제 가용 인력을 공유해야 한다. 협진이나 전원이 막히면 이를 조정할 담당자가 움직여야 한다. 의료진이 환자를 보면서 부서와 병원 사이의 연락까지 모두 떠맡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위험 보고가 접수됐다면 누가 언제까지 조치할지 정하고, 완료 뒤에는 실제로 위험이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품 부족이 반복되는지, 협진 지연이 줄었는지, 필요한 감독 인력이 현장에 배치됐는지를 보는 것이다. QI와 감사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개선과 점검을 맡되, 같은 자료를 반복 요구하는 부담도 줄여야 한다. 보고한 의료진에게 결과가 돌아와야 다음 위험도 일찍 드러난다.

병원 내부 절차는 관련 부서가 정비하고, 외부 기준의 해석이 불명확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요구가 있다면 법무·행정이 근거를 모아 유권해석과 제도 개선을 요청해야 한다. 법령상 요건을 내부 합의로 생략할 수는 없다. 개별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 인력 부족과 이송·전원 문제에는 정부의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사고나 분쟁이 생긴 뒤에도 조직의 역할은 이어진다. 진료기록과 당직·협진 자료 등을 통해 당시의 판단과 지원 여건을 정확히 확인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사실을 설명하며 의료진의 법률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 내부통제가 면책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료상 과실과 조직의 지원 부족을 함께 살피고 재발 방지에 반영하는 일은 가능하다. 환자의 피해 구제와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함께 다뤄야 한다.

내부통제가 도움이 된다는 확신은 이런 경험에서 생긴다. 위험을 보고하자 필요한 물품이 공급되고, 반복되던 협진 지연이 해결되며, 지키기 어려웠던 절차가 현실에 맞게 바뀌는 경험이다. 병원은 개선안을 만들었다는 데서 멈추지 말고, 환자가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는지 의료진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위험을 알리는 일이 다음 환자를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지역의 인력 부족과 응급의료의 법적 불확실성은 개별 병원이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진료역량을 뒷받침할 인력·재정 지원과 이송·전원 체계를 마련하고, 현장이 예측할 수 있는 책임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병원은 현장의 어려움을 근거와 함께 전달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환자안전의 날에 병원이 돌아봐야 할 것은 의료진의 주의와 책임을 얼마나 강조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진이 발견한 위험을 얼마나 줄였고, 필요한 진료를 얼마나 가능하게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도록 병원이 뒷받침할 때 환자는 더 안전해질 수 있다. 내부통제는 그 책임을 병원의 일상으로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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